이 페이지에서는 가벼운 상담 치료를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단계부터 시작해 증상이 나빠지면서 각 치료 기관들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그리고 증상이 호전되면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와 그 과정에서 알아두어야 할 절차나 기관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본 페이지에서 등장하는 각 치료 단계별 기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치료 단계별 기관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외래 진료를 보며 학교를 다니는 단계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한번 therapist를 만나 상담을 받거나 psychiatrist를 몇주 혹은 한달에 한번씩 만나 약을 처방받는 상황입니다. 아이의 중증도와 상관없이 학교 카운셀러(초등학교라면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의 상태를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카운셀러가 아이의 상태(진단명과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건 학교 안에서 아이를 돌봐주는데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마다 있는 카운셀러들은 아이의 상태를 면밀이 관찰하고 상담을 통해 아이의 현재 어려움을 파악하는데 아이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부모가 알아야 할 특이점이 생기면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상황을 공유하고 이후 단계에 대한 조언을 합니다. 이들은 아이가 학교 생활/수업중 상태가 나빠져서 도움이 필요할때 즉시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며 아이들의 대피처이기도 합니다. 수업중에도 힘들어지면 선생님께 이야기 하고 나와서 카운셀러의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증상이 가볍고 무겁고에 상관없이 반드시 학교에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은 흔하게 관찰되는 ADHD는 물론이고 아직 진단을 받은건 아니지만 평소 아이의 불안도가 높아서 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이 있는 경우까지 폭넓게 해당됩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선생님에게 혹은 학교 카운셀러에게 아이의 불안도가 높아서 학교 생활을 어려워 하니 잘 관찰해 달라는 메일만 보내셔도 됩니다. )
아이의 상태가 일반적인 학교 생활과 학습이 쉽지 않은 상태라면 학교 카운셀러에게 Child Study Team 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요청하시는게 좋습니다. Child Study Team 에서는 아이의 현재 상태와 학습 능력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해서 필요한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IEP(Individual Education Program)으로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학습 환경을 제공합니다. IEP는 단순한 학습 지원을 해주는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전문적인 상담과 의사 면담까지도 제공합니다.
만일 학교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학교 카운셀러나 의사는 부모와의 면담을 통해 보다 집중적인 치료를 제안합니다. 이때 아이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서 즉각적인 위험이 존재한다고 판단이 되면(자해 또는 그 이상의 위험) 바로 입원 절차를 밟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집중 치료 기관으로의 transfer를 제안합니다. 입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카운 카운셀러가 아닌 의사가 내리게 되는데 학교에서 Child Study Team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면 이 팀 소속 의사가 아이를 본 뒤 자신의 소견서를 작성해서 부모에게 제공해 줍니다. 당장 의사를 만날수는 없지만 카운셀러가 보기에 아이 상태가 위험하다면 ER에 가서 의사를 만나볼 것을 권할수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입원 여부는 반드시 의사를 만나 확인 받아야 합니다.
학교 카운셀러나 의사가 판단하기에 당장 입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집중 치료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리고 부모들이 해당 기관으로의 transfer에 동의한다면, 학교에서 연계되어 있는 치료 기관으로의 예약을 안내해줄 겁니다. 이때 모든걸 직접 알아보려 애쓰지 마시고 학교의 도움을 받으시는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다만 기관마다 조금씩 다른 면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시고 안내받은 곳이 어떤 프로그램이 있고 어떤식으로 운영되는지는 확인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기관 담당자와 통화할때 언어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한국어 통역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당장 입원이 필요한 경우 또는 입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ER을 가야 한다면, 환자가 부모와 함께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911 을 불러서 ER 로 이송을 하게 되며 부모와 함께 이동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라면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직접 가까운 ER로 가서 안내 데스크에서 학교 의사가 작성해준 소견서를 보여주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됩니다. ER을 가는 이유는 두가지인데, (1) 당장 의사를 만날수 있다는 점과, (2) ER에 가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게 입원 절차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ER에서 접수를 마치고, ER내에 있는 입원실을 배정받고 난 뒤 의료진이 아이를 보고나서 입원이 필요하다고 확인하면 이후부터 APS team 과 ER에서 입원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입원이 결정되면 진행되는 절차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모든 치료 단계에서 통역을 요청하시면 무료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실수 있습니다. 직접 알아보실 필요도 없고 연결된 기관 담당자에게 한국어 통역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3자 통화로 연결해서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도와줄겁니다.)
집중치료 기관을 다니는 단계
학교에서 집중 치료 기관으로 transfer 되었다면 이후부터 학교가 아닌 이곳으로 등하교 하듯 다니게 됩니다. 대신 담당 학교 카운셀러와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아이의 현재 상태를 업데이트 해주고 학교에서 아이가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지는 지속적으로 확인하시는게 좋습니다. 특히 듣고 있던 수업을 pass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숙제나 치러야 하는 시험이 있으므로 이런 것들을 카운셀러와 확인해서 semester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exempt, 그러니까 예외 처리를 해줄수도 있고, 시험 대신 숙제로 대신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어쩔수 없이 시험을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이런 숙제나 시험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마음을 내려놓고 치료에만 전념하는게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리 챙겨놔야 나중에 아이가 학교에 돌아갔을때 갑자기 모든걸 한꺼번에 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수 있습니다.
증상에 따라, 그러니까 집중치료 기관에서 아이가 참여하게 되는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아침에 학교 등교하는 시간에 여기로 와서 therapy도 받고, 학교 숙제도 하고, 간단한 수업도 받으며 또래 들과 생활하다 오후에 학교 마치는 시간에 끝납니다. 부모가 ride를 하는 경우도 있고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처음 등록할 때 교통 수단을 물어보는데 이때 확인하시면 됩니다.
집중치료기관에서 아이는 전담 therapist 가 지정되고 약을 처방하고 조절할 psychiatrist 도 지정됩니다. 증상에 따라, 치료 단계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1:1 therapy는 일주일에 한번 받고 의사를 만나 증상을 점검하고 약을 조정하는건 2주에 한번 합니다. 기관에 따라 스케쥴이 다를수는 있지만 보통 오전에는 학교에서 내준 assignment 를 하면서 치료기관에 소속된 선생님의 도움을 받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의 상태를 고려해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숙제를 내주며 치료기관 소속 선생님이 이 숙제들을 확인합니다. 학교 숙제 점검이나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룹 테라피는 매일 반복되며 주중에 미술치료나 음악치료 등 추가적인 activity들이 있습니다.
집중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건, 아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더라도 언제든지 아이를 케어할수 있는 therapist와 psychiatrist들이 아이 곁에 상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을 처방해야 하는 경우에도 전담 psychiatrist 가 therapist와 상의해서 처방이 가능합니다. 보통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가 비규칙적으로 반복되는데 이때 아이가 집중치료기관에 있으면 상태가 안좋아 지면 즉시 케어를 받을수 있다는 점은 이 단계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보통 집중치료기관들은 아래의 두가지 큰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PHP(Partial Hospitalization Program/부분적 입원 치료): 전체적인 치료는 입원병동과 유사하나 낮시간에만 치료기관에 있고 이후에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매주 therapist로부터 1:1 상담 치료를 받으며 필요시 psychiatrist의 진료도 자주 받을수 있습니다. 보통 psychiatrist 진료는 2주에 한번 정도로 이루어집니다.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할때도 집 근처 집중치료기관의 PHP 프로그램으로 transfer 됩니다. 시간은 오전 8시 언저리에서 오후 3시 언저리까지(이 시간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를수 있습니다)로 일반 학교와 비슷한 일정으로 운영됩니다. 다만 학교를 다니지는 못합니다.
IOP(Intensive Outpatient Program/집중 외래 치료): IOP는 PHP보다 한단계 낮은 강도의 치료입니다.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일반적으로 PHP보다 기관 체류 시간이 짧습니다. IOP는 프로그램 내에서 좀 더 세분화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과 같습니다. (상세 프로그램은 기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등록하실때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PHP와 거의 같지만 아침에 시작하는 시간이 짧은 IOP: 학교 등하교는 안되고 여전히 100% 집중치료 기관으로 이동. Therapy가 주1회에서 격주1회로 변경. 2시 30분쯤 종료.
오전은 학교, 오후엔 기관으로 이동하는 IOP: 학교에 정상 등교하지만 오전 수업만 받고 오후에는 기관으로 이동. 2시 30분쯤 종료.
학교 수업 모두 듣고 이후 기관으로 이동하는 IOP: Discharge 직전의 마지막 프로그램.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기관으로 와서 저녁까지 2~3시간 치료 프로그램 참여.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관에 가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Zoom 등을 이용한 virtual session 도 가능하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런 virtual session의 경우 얼마나 허용하는지, 언제 요청해야 하는지 등은 기관마다 다를수 있으므로 등록하기 전 첫 상담때 미리 확인하는게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family therapy 를 제공하는데 주 목적은 아이의 치료를 가족 모두가 참여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기관에 따라서는 부모들만 의무적으로 매주 혹은 격주로 참여해야 하는 parents 세션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자녀를 케어하는 가정에서는 부모들도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지기 쉬운데 이런 세션이 그런 상태를 벗어나는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 학교에서 아이 상태가 좋지 못하니 학교를 떠나 집중치료기관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 받으면 당황스러울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여러 부담에서 벗어나 therapist 들이 매일 케어해주는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이에게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학교에서 집중치료 기관으로 옮겨서 치료를 권할때는 가볍게 내리는 결정이 아니고 아이가 그만큼 학교에서 힘들어 하고 또 상태가 나빠지고 있는걸 관찰했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권고와 상관없이 기관으로의 transfer는 결국엔 부모의 결정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렇게 권할 정도라면 이미 학교 안에서는 아이가 수업을 전혀 듣지 못하거나 학교 생활이 불가능한 단계라고 보셔도 됩니다. 아이가 잠시 학교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보다 집중적인 치료를 받게 해주는게 거꾸로 지름길 일 수 있습니다.
입원 치료
현재 환자의 상태가 주위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할수 있거나 혹은 자기 자신에게 해를 입힐수 있는, 즉 자신과 주위의 safety 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판단이 되면 입원을 하게 됩니다. 아주 중증의 경우엔 좀 다르지만 이렇게 입원하는 경우는 환자의 안정이 목적입니다. 치료보다 안정이 목적이기 때문에 보통 입원 기간은 길지 않습니다. 입원을 한 뒤 환자가 안정을 찾았다고 의료진이 판단하면 바로 퇴원을 하게 되는데 평균적으로 이 기간이 1~2주 정도 됩니다.
모든 입원 절차의 시작은 ER입니다. 입원을 위해 직접 병원으로 가는 일은 없으며 자력으로 이동이 가능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ER을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특히 환자가 자력으로 이동이 어렵거나 외출이 안되는 상태라면, 그런데 환자의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면 therapist 나 psychiatrist 누구든 "911을 불러서 ER로 데려가라" 는 조언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든 어디든 의료진이 입원을 권한다면 판단하는게 오히려 쉽지만 가정에서 케어하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는 부모가 입원을 판단해야 해서 쉽지 않습니다. 만일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직 조금 여유가 있어 보이면 APS team 에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조금이라도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위험하다 생각이 들면 우선 911 을 불러서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청하는게 좋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911을 부르면 일단 경찰이 먼저 와서 상황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경찰이 보기에 아이 상태가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엠뷸런스를 불러줍니다. 엠뷸런스에는 의료진이 동승하기 때문에 이들이 아이의 상태를 보고 ER로 갈지 여부를 조언해줄겁니다.
ER(Emergency Room) 안에서 진행되는 일
엠뷸런스를 불러서 가거나 직접 가서 접수를 해서 결과적으로 ER에 접수가 되면 ER에 있는 의료진이 환자를 인계 받아서 케어하기 시작합니다. ER에 들어가면 우선 별도의 ER병실(의료 침대만 있는 1인실입니다)이 배정됩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혈압과 같은 기본적인 검사를 마치고 나면 이제 소아청소년 신경정신 전문 의사의 진료를 받습니다. 이 과정이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보통 ER에 소아청소년 신경정신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 의사가 외래를 마치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몇시간 정도 걸릴수 있습니다. 만일 아이를 대면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확보가 안되면 화상으로 의사가 아이를 진료하게 됩니다.
입원이 필요한지 확인할 정도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환자이기 때문에 ER에서 절대로 아이 혼자 놔두지 않습니다. 보호자가 있고 없고에 상관없이 간호사가 항상 병실에 함께 상주하고 있으며 화장실이든 샤워실이든 아이가 가는 곳에 늘 따라 다닙니다. 그러니 만일 아이가 너무 불안정해서 걱정이었다면 ER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그런 걱정은 조금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ER에 갈 때 아이가 먹고 있는 약 리스트와 현재 아이를 담당하고 있는 psychiatrist, therapist, 그리고 주치의 정보는 미리 정리해서 갖고 계시면 해당 내용을 묻고 답할때 쓸 수 있어 번잡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ER에서 현재 복용중인 약 리스트를 확인하면 이후부터 정해진 시간에 의료진이 알아서 약을 챙기기 때문에 기존에 먹던 약을 ER에 가져갈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의가 아이를 진료하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보호자에게 와서 해당 내용을 설명하고 입원에 동의하는지를 확인합니다. 보호자인 부모들이 입원에 동의하면 그 다음 순서로 입원할 병원과 병실을 찾아야 하는데 보호자들이 할 일은 없고 APS team 소속의 social worker 가 이 모든 절차를 알아서 진행해 줍니다. 보호자가 할 일은 그저 아이 곁에 있어주는 것과 병실이 준비가 됐다고 APS team에서 서류를 들고 오면 거기에 서명을 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APS team에서는 입원 가능한 병원 목록을 보호자에게 주고 어디를 더 선호하는지 물어봅니다. 만일 입원 가능한 병원이 한 곳 밖에 없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ER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무조건 4-5시간 이상이 된다고 생각하시는게 마음 편합니다. 응급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 전문 의사가 진료 가능할때까지는 그냥 기다리는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ER 출입이 조금 번거롭고 쉽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중 한명이 따라갈때 보조 배터리와 휴대폰 충전기나(임시 입원 병동으로 이동할 경우 보조 배터리로 커버가 안될만큼 긴 시간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읽을 책, 혹은 출출할때 먹을 간식들을 조금 가져가면 좋습니다. 물론 출입이 아예 안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한명이 ER에 따라가서 안에서 아이와 함께 있을때 다른 한명이 나중에 간단한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를 가져다 줄 수는 있습니다만 출입 절차도 번거롭고 ER안에 식사가 가능한 테이블은 없기 때문에 복도나 병실 안에 있는 소파나 의자에 앉아서 먹어야 해서 식사가 필요하다면 샌드위치 등이 편합니다. 아이 식사는 ER에서 알아서 챙기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해진 식사가 나오는게 아니라 호텔 룸서비스 처럼 메뉴를 주고 아이가 선택하는 방식이라 입맛에 맞는걸 먹을수 있습니다. 아이가 ER에 가는 순간부터 환자복을 입기 때문에 원래 입고 갔던 옷은 따라간 보호자에게 챙겨줍니다. 따라서 이런 옷을 챙길 가방을 함께 가져가면 편합니다.
임시 입원 병동으로 이동
APS team에서 입원 가능한 소아청소년 정신병동을 갖춘 전문병원을 찾는 동안 환자는 기본적으로 ER 병실에서 대기합니다. 이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는데 왜냐하면 비어있는 병실이 당장 없을 수도 있고, 퇴원 예정이었던 환자가 입원 연장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은 말 그대로 랜덤이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만, 경험적으로 그리고 다른 환자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2일이나 3일씩 걸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만일 이렇게 병원을 찾는게 길어지면 ER에 계속 있는게 아니라 ER이 속한 병원의 소아청소년 일반 입원실로 이동합니다. 전문병원에서 준비가 될 때까지 일반 소아청소년 입원실(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1인실입니다)에서 임시로 있게 되는 셈인데, 여기서도 24시간 간호사(혹은 social worker)가 3교대 혹은 4교대로 아이 곁을 지킵니다. 이렇게 아이 곁을 지키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누워서 잠을 자지는 못하고 의자에 앉아서 깨어 있어야 합니다. 간혹 간호학과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처럼 하기도 해서 앉아서 작은 스탠드를 켜놓고 공부를 하기도 하고 노부인이 와서 책을 읽기도 하는데 보호자가 병실에 있든 없든 원칙적으로 병원에서는 아이를 절대로 혼자 놔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면 이때가 기회입니다. 그리고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병실 안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병원도 있으므로 병실에 함께 있고자 하신다면 이 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대신 소아병동이니만큼 간호사들에게 이야기 하면 보드게임이나 책, 장난감 등을 가져다 주는데 비디오 게임기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으로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에게 비디오 게임기를 이용할수 있게 해주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아이가 병실 밖 출입이 아예 안되는건 아니라서 답답하면 병동 안을 돌아다닐수 있는데 이때도 간호사나 social worker가 함께 동행합니다. 단 병동 밖으로 나가는건 허용되지 않습니다.
임시 입원을 하고 있는 동안은 보호자의 인내심이 많이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언제 전문 병원으로 전원이 될 지 알 수 없어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데 이 시간이 2,3일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간호사와 의사가 교대할때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와서 아이의 상태를 매번 체크하는데, (미국 병원의 문화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아이 상태가 차트에 기록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shift의 의료진들은 처음부터 보호자에게 차근차근 모든걸 확인합니다. 먹는 약부터, 입원을 하게된 증상이나, 현재 상태나.. 모든걸 세세하게 확인하는데, ER부터 시작해서 며칠 입원해 있다 보면 (모든 shift가 한번씩 다 돌 때 까지는) 했던 말을 몇 번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계속 반복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이때 아이 상태를 잘 요약 정리해놓은 노트나 종이를 갖고 있으면 편리합니다) 그리고 임시 입원이니 만큼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 아이에게 적극적인 치료가 행해지지 않습니다. 부모 마음이야 아이가 당장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지만 기다리는 동안은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약도 용량이나 종류를 변경하지 않고 테라피도 없습니다. 지나고 보면 이 시간이 고작 하루 이틀, 길어야 삼일 정도지만 그 시간을 지나는 동안은 정말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ER에 입원했을때와 달리 일반 병동은 입출입이 좀 더 수월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두명 이상이라면 이때가 보호자들끼리 교대하면서 체력도 보존하고 함께 있으면서 서로 대화도 하며 긴장을 풀 수 있는 기회입니다.
병원에서 아이를 완전히 케어(교대해가며 아이를 케어할 인력이 병실에 24시간 상주)하고 있으므로 보호자가 병원에 반드시 머물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교대할 다른 보호자가 없고 챙겨야 할 다른 자녀가 있다면 잠시 병원을 떠나 집에 와 있어도 됩니다. 자신의 식사를 위해 잠시 외부 식당에 다녀와도 됩니다. 하지만 병실이 준비되자마자 바로 transfer(전원)이 되기를 원한다면 어쩔수 없이 병원에 머물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호자가 다시 병원으로 와서 최종 서류에 서명을 할 때까지 전원이 미뤄지니까요. 물론 이게 미뤄진다고 무슨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만, 병실 준비가 완료되는게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새벽 2시일수도 있고 밤 10시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깜빡 잠들었다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되면 기약없이 시간이 늘어지므로 교대할 다른 보호자가 있다면 한명은 병원에 머무는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이런 이유를 설명하면서 필요시 집에 가도 되지만 가능하다면 병원에 머물러 줄 것을 요청합니다)
보호자가 두명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교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일 둘 중 한명이 영어로 의사나 간호사들과 대화하는게 어렵다면 좀 더 언어적으로 수월한 사람이 병원에 머무는게 전체적으로 효과적입니다. 치료 과정에서야 통역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으나 ER에 가는 순간부터 입원을 하기까지는 계속 새로운 의료진을 만나야 하고 언제 입원 절차가 진행될지 알 수 없으며 진행될 경우 매우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통역을 요청하고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조금 힘들더라도 영어가 좀 더 수월한 한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게 여러면에서 편리합니다.
병실이 1인실이고 화장실은 있지만 한국 병원과 달라서 보호자가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는 간이 침대 같은게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병실에 함께 있으려면 병실 의자나 1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병동 간호사나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보호자가 잠을 자거나 쉴 수 있는 병동내 공간을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제가 이용했던 공간은 침대와 샤워실이 함께 있는 작은 호텔방 같은 곳이었는데 모든 병원에 이런 공간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비슷한 공간은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반드시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아이가 걱정된다 하더라도 2,3일을 제대로 자지도,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거나 쉬지도 못하며 아이와 함께 있으며 보호자의 체력이 고갈되면 정작 아이 치료에 부모의 에너지가 필요할때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정신 질환을 가진 아이를 케어할때는 부모가 체력과 마음 모두 항상 충전이 되어 있어야 하므로 쉴 수 있을 때는 쉬어야 합니다.
입원 병동을 찾는 사이에 준비해 둬야 할 것은 아이의 옷과 신발입니다. 임시로 입원한 일반 병원에서는 환자복을 입고 있지만 뉴저지 소아청소년 전문 입원 병동들은 환자복이 아닌 아이들이 평소 입던 일상복을 입고 지내는걸 허락해 줍니다. 아이들에게 병원에 와 있는 동안 불안한 마음 보다는 좀 더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면회를 가보면 아이들이 모두 자기 옷을 입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어디 합숙 캠프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따라서 미리 옷을 챙겨 뒀다가 전문 병원으로 전원되어 입원할때 가져가서 건네주면 입원 첫날부터 아이가 평소 입던 옷을 입고 지낼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가 나중에 옷을 가져와서 면회시간에 건네줄 때까지 환자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불편할 수 있습니다. 병동 안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세탁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아직 어려서 그게 어렵다면, 면회 시간을 이용해서 새 옷을 가져다 주고 세탁감을 가져오시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가져갈 수 있는 의류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입원할 때 주는 안내서에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으니 아래는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겉옷: 후디(후드티)와 같이 끈이 있는 옷은 반입이 안됩니다. 바지도 끈으로 묶는, 그리고 그 끈이 일부 외부로 노출된 바지는 안됩니다. 필요시 끈을 제거해야 합니다. 저는 급한 한두벌은 끈을 제거했고 다음날 적당한 옷을 사서 가져다 줬습니다.
속옷: 양말과 속옷류는 반입 가능합니다만, 여성용 브래지어는 겉옷과 같은 이유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신발: 스니커즈나 크록스 같은 실내에서 생활할때 신기 편한 신발이면 되는데, 스니커즈도 신발끈이 있는 종류는 안됩니다. 많은 아이들이 크록스를 신고 있습니다. 다만 크록스에 날카로운 핀으로 고정한 장식은 금지됩니다.
소아/청소년 정신 병동 입원
APS team에서 입원 가능한 소아청소년 정신병동을 갖춘 전문병원을 찾고 입원 준비가 완료되면 보호자에게 바로 연락이 옵니다. 그리고 임시로 입원해 있던 병원의 퇴원 서류에 서명을 하고 환자 이송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환자는 엠뷸런스를 이용해서 의료진과 함께 이동을 하고 보호자는 해당 엠뷸런스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자가용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엠뷸런스는 환자 이송만 지원한다는 점과 늦은 밤이나 새벽에 입원 절차가 마무리 될 수 있고, 집에서 먼 병원이 배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에 돌아오기 위해서라도 최소 한명은 자가용을 이용해서 직접 이동하는게 합리적입니다. 병원 이름과 주소는 transfer 준비가 완료됐을때 의료진이나 APS team에서 알려줍니다. 이때 보호자에게 입원할 병원에 도착해서 입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 등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는데 이 설명을 잘 들으셔야 합니다. 보통 환자가 엠뷸런스를 타고 도착했을때 들어가는 입구는 정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설명을 놓치게 되면 환자가 도착한 입구를 찾아 헤멜 수 있습니다. 특히 밤에 도착하게 되면 정문을 포함 모든 문이 잠겨 있고 환자 이송용 출입구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여기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엠뷸런스를 따라 가거나 한명이 엠뷸런스에 타서 환자와 같이 이동하는건데, 만일 혼자 운전을 해서 이동을 한다면 모든 내용을 숙지하셔야 합니다.
환자가 엠뷸런스로 이동할때는 이동용 침대에 누워 몸을 벨트로 고정시킵니다. 아무리 아이의 그 순간 컨디션이 좋아도 무조건 이렇게 이송되는데, 이송중인 환자의 안전을 위한 미국 엠뷸런스의 원칙이므로 당황하실 필요 없습니다.
입원 병동에 도착하게 되면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들이 입원 절차 및 규칙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동시에 환자의 상태에 대한 기초적인 확인을 하는데 제법 많은 질문 항목에 답을 체크해야 하고 많은 서류에 서명을 해야 합니다. 이 서류들에는 현재 먹고 있는 약에 대한 확인도 있지만 아이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때 긴급하게 사용할 약 리스트를 보호자가 확인하는 서류도 있습니다. 긴급 상황에 부모에게 전화해서 확인받고 할 시간이 없으니 사전에 가능한 약들을 미리 확인 받아 놓는 것이죠. 동시에 아이는 당직 의사가 별도의 공간으로 데려가서 대화를 하고 기본적인 상태를 체크합니다. 가져간 옷이 있다면 이때 간호사에게 전달하면 되고 간호사들이 점검을 한 뒤에 받아서 나중에 아이에게 전달해 줍니다. 모든 서류 작업이 끝나면 이제 아이는 입원을 하고 보호자들은 집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입원하고 다음날이 되면 아이 담당 테라피스트와 의사가 입원 서류에 적혀 있는 보호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현재 아이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보호자가 추가로 알려줄 환자 정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미리 시간 약속을 하고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니라 전화기에 신경을 쓰고 있는게 필요합니다. 의사들은 필요시 보호자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대화를 하고 환자 상태에 대해 상의를 하는데, Family therapy가 필요하다면 이 때 일정을 조율하고 퇴원이 정해지면 이 역시도 의사들이 보호자에게 전화를 직접 해서 알려줍니다.
병원 안에서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며 의료진의 케어를 함께 받습니다. 병원마다 다를수 있는데, 면회는 하루 한번 정해진 시간에 가능하며 보통 평일은 오후 6시, 주말에는 정오 무렵입니다. 면회를 갈 때 음식을 가져가서 아이와 함께 먹을 수도 있습니다.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는 반입이 안되서 따로 보관해야 하지만 그 밖에 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 등은 가져갈 수 있어서 면회 시간동안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직계 가족만 면회가 허락되고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형제 자매라 하더라도 면회가 안됩니다. 단 종교적인 목적의 종교인의 면회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가능하니 종교가 있고, 아이가 목사님이나 신부님 혹은 수녀님 등 성직자들과 교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면 이분들의 방문과 위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입원 치료의 목적은 완치가 아니라 환자의 불안정한 상태를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직 치료가 되지 않았더라도 집중 치료 기관으로 옮겨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아이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면 병원에서는 퇴원을 준비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보내는건 아니고, family therapy를 통해 부모와 환자 그리고 의료진이 모두 함께 이야기를 해서 모두가 준비됐다고 동의하면 퇴원 절차에 들어갑니다. 퇴원을 할 때는 연계될 집중치료기관도 서류로 확정하게 되는데 기관에도 통보가 갑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지정된 집중치료기관에 연락해서 예약을 잡고 등록을 하는건 필요합니다. (제 경우는 치료기관에서 제게 먼저 전화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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